근 40년 전 어느 추석 때....
그 당시는 요사이처럼 시장서 떡 정도는 그냥 사다가 제사상에 올리는 시절이 아니었고.
죽으나 사나~ 모든 음식을 집에서 장만하여야만 했다.
음식을 몇 년째 안하시던 어머님께서 송편을 갑자기 하신단다.
여자가 되어서리...음식을 만들고 싶어 하는 본능이 갑째기 발현 되셨는지...
일단 쌀부터..요량없이 대두 한말을.... 큰 다라이 물에 들어부을 때부터 알아봤다.
손은 크시갔고시는...
나랑 식모아이가 둘이서 낑낑 들고 ...좀 멀리 떨어져 있는 방갓 간에서 갈아왔다.
지나치게 많은 쌀가루에 혼자 빚을 엄두가 않나셨는지...
꼭 음식을 장만 하실 때는 입으로 다 하신다. 테레비에 방영되는 요리강좌처럼...
그냥 조용히 입 다무리고 하시는 법이 없이...
“....이렇케 쌀가루는 뜨거운 물을 들이붓고 치대는, 익반죽을 해야 한다”나.
그래야지만 *창시가 안 터진다나
(*창시가 터지다: 송편 속이 피를 뚫고 나오다.)
초저녁부터 전 식구들을 불러 앉혔다.
아버지, 어머님, 오빠야, 남동생, 식모아이, 그리고 나까지....도합 6명이서 ..송편을 빚는다.
(*지금 생각해보니...그때가 이 필자로 봐선... 제일로 행복한 시절이네!)
남자들이 거든다고 거들어도.... 뭐가 옳케 되었겠노!
히히히~ 웃는 걸로 시작해서...히히히~ 웃는 것으로 끝을 내면서....
생 몸부림들을 치다가...생 주리들을 털다가... 떡을 치다가 치다가....
밤이 늦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...
그러구로 애먹고 만들었는데...
어머님께서 “모두 애썼다!” 말씀하시며....찜통과 떡이 안 달라붙게 하시다며...
맨 밑에 커다란 헝겊 천을 깔고
얌전하게 하나하나 차곡차곡 참하게 차례로 쌓아.... 통째로..큰 찜통에 한가득 넣고 찌신다.
‘뚜껑 열어보면 안 익는다“꼬...주의를 주시면서리...
근데...어째.... 아무리 기달려도 떡 익는 냄새가 안 난다
... 지나치게 많은 양을 쑤셔 넣어서리....
근 한 시간 이상을 꽜~따!....종래는 화근내가 실~ 났다.
참다못해 열어보니...군데군데 ....배들이 터졌네!
이젠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. 불을 끄자!
어머님는 아까 전부터
다라이에 찬물을 한 가득 받아 놓고서는....그 물에 참기름을 쫙! 들어 붓어 놓으셨다..
헝겊 천을 들어 올려 한꺼번에 떡은 다 들어는 냈는데...
어째.... 떡들이 창시들이 다 터지면서...
쫙~다 들러 붙어있네...성한 거는 몇 개 없어요!
어머님도 ..조금은 불길한 뭐~을 감지 하셨는지....
“처음엔 이렇게 다 들어붙어 있단다”.
“그래서 내가 찬물에 참기름을 부어 놓았다. 그 물에 떡을 몽땅 집어넣자!“
“그리하면 기름 성분으로 인해 ... 떡 하나하나 떨어진단다.”
...나중에 보관하더라도 떡이 서로 안 달라 붙는다!"
그리하여 참기름 물에 떡을 투입 시켰으나.....
..칫! 한 게도 안 떨어지더라...
진정 떡이더라...
그제사 어머님께서는 모두를 둘러보시고...되게 미안 하신 동....
“이건 우리끼리 그냥 먹고...다시 찌자!”
(* 이건 뭐...송편이 아니고...작은 바위만한 떡 덩어리다.
숟가락으로 뜯어내서 퍼먹어야지....달리 도리가 없다!)
경험도 없이...
혼자 생각과 입만으로는 소귀의 목적을 이뤄낼 수 없다! 는 약간의 깨달음을 얻었음~ 이었는지
....다음 남은 많은 양의 생 송편은 ...조금씩 쪄내어, 손님용은 옳게 만들었다.
그날 충격이 쫌 크셨는지...그 날 이후 송편을 당신 손으로 빗는 일은 없어지셨다.
어머님 흉보기 하나 더...
어느 해인가 추석 때
부엌에 작은 나무장작단 같은 것이 놓여져 있었다.
(재래시장에 가보면 계피를 한 묶음씩 장작단 같이 묶어 놓고 판다. 수정과 한 시루용이다.)
어머님께서 수정과 만드는 법을 어디서 배워오신 모양이다. 이래적으로....
또 말을 앞세우시면서...요리를 시작하시다.
잦 한 움큼, 곶감 30개? , 카라멜 약간, 설탕 듬북, 생강 선낫 니꼽째이...그리고 계피 장작단!
일단 재료는 간단했다.
잣만 빼고...대 두 한 말치 시루에 물을 넣고,
몽땅 재료를 투입시켜 부글부글 한 시간 이상을 끓였다.
이런....모양이 딱하게 됐다.
맞보라고 한 그릇 퍼주시는데....맛은 수정과 맞은데....
그 모양새가 ...꼭 설사 X 의 형태다.
그걸 나에게 건네주는 어머님도 되게 겸면쩍은 신동
" 곶감을 너무 무른 걸 산나~....너무 퍼~잤제? ㅎ)
위에 잣을 뿌려도...모양이 흉측한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네....
모르면 용감하다고....어데 정확히 쫌 물어보시고 하잖코..
나중에 들었는데....
수정과 할 때는 곶감을...계피물을 우려 내고 난 다음... 마지막에 그냥 담가둔다 하던데...
그래야 곶감이 이상스런 형태로 안 퍼진다고...
다시는 이날 이후로 “ 엄마표 수정과” 는 60평생 먹어 본 적이 없이 되어버렸다.